자유게시판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그가 온몸을 짓누르는 그 묵중한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그 덧글 0 | 조회 456 | 2021-04-26 17:21:05
서동연  
그가 온몸을 짓누르는 그 묵중한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뒤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꼭대기에는 이미 사람이 별로 없었다.대단한 일은 아닐 테지만 나쁠 때에 왔구나, 하는 기분으로 그가 되물었다.일주일이 지나자 모든 것이 익숙해졌다. 내 앞일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었지만 주위를 냉철하게 관찰할 여유도 생기고 면회온 형님에게 읽던 책을 넣어 달라고 부탁할 정도까지 됐다.사내가 몽환에 젖어 다시 웅얼거리고 여인도 신음 같은 소리로 그 웅얼거림을 받는다.실제로 지난 여름 강병장은 대대장도 손을 든다는 작전과장 장대위와 정면으로 충돌하여 그를 굴복시킨 적이 있었다. 강병장에게는 갓 전입온 신병에게까지도 깍듯이 경어를 쓰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것이 육사출신의 전형적인 군인인 장대위에게는 군기의 문제로 비친 모양이었다. 몇 번이나 타일러도 강병장이 듣지 않자 화가 난 그는 어느날 정식명령으로 그것을 금지시켰다. 그러나도회가 시작되는 주봉 입새에 이른 것은 날이 거의 어두워진 뒤였다. 그러나 어둠과 함께 이내 잠들어 버릴 것으로 예상되던 귀두산은 밑으로 내려올수록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그는 죄인입니까? 죄수입니까?”“저, 저미스터 황입니다.저 비취산과 동산여관.”우리가 도시를 떠돌면서 들은 후문은 그랬다. 그리고 그게 할머니나 내가 고향을 언제나 가기만 하면 죽는 땅으로 여기게 된 까닭이었지. 고향에 다시 드나들기 시작한 후에야 그게 UN군의 오폭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두려움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우리는 피맛을 보고 미쳐 날뛰는 저쪽 사람들에게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곳에서 너무 많이 보았던 거야. 저쪽 사람들이 그랬으니 이쪽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우리의 당연한 공포 아니겠니?안주거리 찌개는 따로 있었다. 강병장이 납작한 철제 약상자에서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범벅해 둔 양념이며, 조미료, 장조림 따위를 꺼내는 걸 보고 이중위가 다시 물었다.그 뒤 고죽은 노한 스승의 용서를 받는데 꼬박 이년이 걸렸다.
“이제 그만 돌아보시지요. 가봐야 이제 선생님의 작품은 더 나올 게 없을 겝니다.”재미 많이 보세요, 아저씨.어느새 상당히 취기가 올라 있었다.“”마치 지나가면서 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리고 갑작스런 명에 어리둥절해 있는 고죽을 흘깃 건네보고는 약간 소리높여 재촉했다.작가연보그는 간곡히 말리는 추수를 약간 엄한 눈길로 건너본 후 천천히 방 안을 걸어보았다. 몇 발짝도 옮기기 전에 눈앞이 가물거리며 몸이 자꾸만 기울어졌다. 추수가 근심스런 눈으로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그가 다시 이부자리에 기대앉자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의 눈에 다시 돌아가신 스승의 휘호가 가득히 들어왔다.나는 먼저 그 검찰서기가 그렇게도 성을 낸 이유를 물어보았다.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충격적인 것은 감방장의 피해자인 문제의 여자였다. 나는 감방장의 농도 짙은 묘사 때문에 그 여자에 대한 몇 가지 상상을 가지고 있었다. 즉 얼굴은 수수한 대로 보통 이상 잘 생겼고, 피부는 희며, 육체는 풍만하리라는 것 등이었는데, 보니 전혀 딴판이었다.“.”너도 필낭을 벗어 이 위에 얹어라.“맞다. 화천이 니 낯 깎이고 집안 우세다. 우리 문중이 여기 삼백 년 세거해 왔지만 서방질로 쫓기난 며눌네는 없다.”갑자기 방문을 여는 소리에 아련한 과거를 헤매이던 고죽의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잘 모아지지 않는 시선으로 문께를 보니 매향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자 이상하게 등줄기가 서늘해지며 눈앞이 밝아왔다. 얼마나 원망스러웠으면 이리로 찾아왔을꼬고죽은 회한과도 흡사한 기분에 젖어 다가오는 매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니었다.“죄송해요.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결국은 이렇게 끝장나고 말았지만, 그 무렵을 앞뒤 해서 내게 온갖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이웃집 양형에게는 아직도 감사하고 싶은 기분이다. 나보다도 한 살 위인 그는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었는데, 나의 처지에 처음부터 깊은 흥미와 동정을 보여주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먼저 나와 그녀 사이의 일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믿어
 
닉네임 비밀번호 코드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