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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 비도 그치고 날이 밝아도 나는 더 이상 먼 길을 떠나지 덧글 0 | 조회 394 | 2021-06-07 12:33:21
최동민  
이제 저 비도 그치고 날이 밝아도 나는 더 이상 먼 길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동학사로 되돌아갈 것이다.중은 빠르게 걸으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나룻배는 맑은 강 위 적막한 사이에 홀로 떠 있구나실내를 밝히고 있는 흐린 불빛 아래에서도 칠백 년 이상 소중히 보관되어 내려오던 거문고의 실체는 조용히 떠오르고 있었다. 거문고와 같은 민속 악기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나였지만 한눈에 드러난 거문고는 명기로서의 기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안개와 같은 봄비였다. 우산도 없었으므로 한 마장을 그대로 비를 맞고 걸었는데도 촉촉히 겉옷만 적셨을 뿐 속옷은 말짱하였다. 예전에 어머니가 오줌을 누었던 그 자리에 서서 훔쳐보던 시선 그대로 텃밭쪽을 보니 집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새 과일나무는 더 많이 자라고 있었고, 못 보던 건물 하나가 텃밭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집이라고는 어머니의 집은 그대로였다. 예전 닭 모이를 주던 마당에는 한밤중 인근 야산에서 족제비나 들짐승 같은 것이 내려와 닭을 물어 훔쳐갈 것을 방지하느라고 구멍이 촘촘한 그물 철망이 세워진 닭장이 가설되어 있었고, 닭장 안에는 수십 마리의 닭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천비장엄보호지여인은 갈 길이 바쁜 듯 빨래 광주리를 이고 봄비가 내리는 숲길을 돌아나갔다. 어디 가까운 데에 개울가라도 있는지 바위 틈을 굼돌아 나가는 실개천 소리가 돌돌돌돌 들려오고 있었다.문자를 모르는 까막눈이라 하더라도 하늘천 따지로 시작되는 천자문의 첫 글자만은 무식한 쌍놈이라 해도 대부분 알고 있는 법이거늘 그 첫 글자도 모른다는 사미승의 대답에 선비는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경각 사이에 이미 서쪽 언덕에 배를 대었네아내가 세숫대야에 한가득 물을 떠 담아 방안으로 들어오자 노인은 수건을 물에 담가 적셨다. 수건은 너무나 더러워서 걸레조각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것으로 죽은 어머니으리 몸을 닦아내리면 몸을 깨끗이 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러운 때가 묻을 것처럼 느껴졌지만 나는 상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미 죽어 영혼이 빠져
나는 염주를 손에 걸어 쥐었다.진묵 대사의 말대로 이 고기를 죽인 것은 내가 아닌 그대들이지만 이 고기를 살리는 방법이 내게 있소.강 빈 교수님 아니십니까. 제 말이 맞지요.오십여 년의 세월 동안 팔만경전의 대사자후를 설하였으면서도 부처는 어째서 유언으로 그러한 말을 남기셨을까.왔다.내가 말을 건네자 여인은 무거운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그대로 나를 마주보았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선비는 사미승 경허의 근기를 5조 홍인의 행유를 빌려 시험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떠올린 생각이 그가 열흘 동안 계속해서 바쳐올린 짚신을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그의 면전에서 내던져 버리겠다는 생각이었다.스님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준엄하기가 서릿발과도 같았다. 그러자 의친왕은 잔에 가득 든 술을 자신이 단번에 마시고 술잔을 들고 옆자리의 스님에게 정중하게 말하였다.나는 결심하고 길을 따라 텃밭으로 들어갔다. 닭장 속을 뛰노는 닭들의 울음소리가 나지막이 깔리고 있었고 마당에는 매화꽃이 어느 한 곳이라도 숨길 데 없이 활짝 피어나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툇마루 밑 댓돌 위에 놓인 신발을 쳐다보았다. 혹 그 자리에 나 모르는 남자의 구두랄까 고무신 같은 것이 놓여 있지나 않을까 그것이 불안했으므로, 어머니는 이제 육십이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예전 그대로 남자들과 뜨거운 연애를 계속하고 있음일까, 끊임없이 정을 주고, 사랑을 주고, 돈을 주고, 마음도 주고, 몸을 주면서도 끊임없이 배신을 당해 떠나보내면서 아직도 예전 그대로 새로운 남자들과 끊임없이 사랑을 하고 있음일까. 다행히도 댓돌위에는 남자의 고무신도 구두도 없었다. 그 대신 흰 고무신 한 켤레가 얌전히 놓여 있을 뿐이었다.경허는 이어 생각하였다.청허 휴정 삼몽사아침이 밝았으니까 가십시오.방안은 아주 따뜻할 것입니다.이것은 돌장승 마음 가운데 겁 밖의 곡이로다.교수님 맞으시죠?수많은 상궁 나인들이 있는 백주 대낮에 옷을 벗기우고 발가벗긴 장씨의 수모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최인호 장편소설이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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